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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 “대사 이상(metabolic reprogramming)”의 시대

암세포의 대사는 정상세포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는 단순히 에너지 생산 방식이 달라진다는 차원을 넘어, 세포 운명 결정과 후성유전학(epigenetics), 신호전달 경로, 면역 회피 기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Warburg가 제시한 ‘aerobic glycolysis’ 개념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단순히 “포도당 대사 증가”만이 아니라, 특정 대사산물(oncometabolite)이 암의 발생과 진행에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함이 밝혀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2-hydroxyglutarate (2-HG), succinate, fumarate 등이 있다. 이들은 TCA 회로(tricarboxylic acid cycle)의 중간체이면서도, 특정 효소 돌연변이(IDH, SDH, FH 등)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어 암유발 신호로 작동한다.
이러한 대사산물은 더 이상 단순한 ‘by-product’가 아니라, 암의 생화학적 지문(biochemical fingerprint)으로 여겨지며 새로운 진단 및 치료 타깃으로 부상하고 있다.

2. Oncometabolite의 개념과 주요 종류

“Oncometabolite”란 세포 내에서 비정상적으로 축적되어 암 발생을 촉진하는 대사체를 뜻한다. 이들은 주로 효소 돌연변이에 의해 생기며, 세포 내 산화환원 상태, DNA 메틸화, 히스톤 탈메틸화 효소의 활성을 조절함으로써 후성유전적 변화를 유도한다.


Oncometabolite 관련 효소 변이 주요 작용 기전 대표 암종
2-Hydroxyglutarate (2-HG) IDH1/2 mutation α-KG-dependent dioxygenase 억제 → DNA/histone hypermethylation 교모세포종(Glioma), AML, intrahepatic cholangiocarcinoma
Succinate SDH mutation Prolyl hydroxylase 억제 → HIF-1α 안정화 → pseudohypoxia 부신피질암, GIST, paraganglioma
Fumarate FH mutation DNA methylation 증가, NRF2 경로 활성화 → 산화 스트레스 회피 자궁근육암(leiomyoma), 신장세포암(RCC)

이 세 가지 oncometabolite는 공통적으로 α-ketoglutarate(α-KG) 의존성 효소 억제를 통해 후성유전학적 재프로그래밍(epigenetic reprogramming)을 유도한다.
즉, 대사체 변화가 곧 유전자 발현 조절의 변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3. 2-Hydroxyglutarate (2-HG) – IDH 변이 암의 대표 대사 바이오마커

3.1 IDH 변이의 생화학적 배경

정상 세포에서 IDH1/2 효소는 isocitrate → α-ketoglutarate (α-KG) 전환을 촉매한다.
그러나 IDH1/2 돌연변이(mutant IDH)가 생기면, 효소는 비정상적인 새로운 활성을 얻어 α-KG → D-2-hydroxyglutarate (D-2HG)를 생성한다.
이 2HG는 α-KG의 구조적 유사체로, α-KG 의존성 탈메틸화 효소(TET, JmjC family)를 억제하여 DNA 및 히스톤 과메틸화를 유도한다.

3.2 임상적 의의

2-HG 축적은 암의 초기 단계부터 나타나며, 혈청, 소변, 뇌척수액(CSF) 등 다양한 시료에서 LC-MS/MS로 정량 가능하다.
특히 교모세포종(Glioma)에서는 IDH 변이 여부가 예후 및 치료 반응 예측에 중요한 바이오마커로 활용된다.
국외에서는 MR spectroscopy를 활용한 비침습적 2HG 측정법도 개발되어, 영상 기반 진단 보조 지표로 발전하고 있다.

 

항암제 적용 사례 임상적 인사이트
Ivosidenib (IDH1 inhibitor) – AML 혈중 2-HG 농도의 감소가 약물 반응성의 early surrogate marker로 활용됨
Vorasidenib (IDH1/2 dual inhibitor) – 교모세포종 2-HG 축적 억제를 통해 분화 유도 및 tumor regression 유도

4. Succinate와 SDH 변이 – “가짜 저산소 상태(pseudohypoxia)” 유도

4.1 Succinate dehydrogenase(SDH)의 역할

SDH는 TCA 회로와 전자전달계를 연결하는 효소로, succinate를 fumarate로 산화시키며 FAD를 FADH2로 환원시킨다.
하지만 SDH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succinate가 축적되어 prolyl hydroxylase (PHD)를 억제한다.
그 결과, HIF-1α (Hypoxia-Inducible Factor 1α)가 안정화되어 비정상적인 저산소 신호(pseudohypoxia)가 유도된다.

4.2 임상적 의미

Succinate 축적은 HIF-1α 신호를 통해 혈관신생(angiogenesis)과 glycolysis 활성화를 촉진한다.
따라서 SDH 돌연변이 암(예: paraganglioma, pheochromocytoma)은 종종 혈류가 풍부하고, imaging 상에서도 특이한 대사 패턴을 보인다.

LC-MS/MS 분석을 통해 혈장 succinate/fumarate 비율을 계산하면 SDH 결함 여부를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최근 유럽에서는 이를 이용한 대사 진단 패널 (SDH deficiency screening kit)이 임상 전 단계에서 활용되고 있다.

5. Fumarate와 FH 변이 – NRF2 경로 활성화와 산화 스트레스 회피

Fumarate hydratase(FH)는 fumarate를 malate로 전환시키는 효소로, FH 돌연변이는 hereditary leiomyomatosis and renal cell cancer (HLRCC)와 관련되어 있다.
FH 결함 세포는 fumarate가 과도하게 축적되며, 이는 Keap1 단백질의 cysteine 잔기와 succination 반응을 일으켜 NRF2의 분해를 억제한다.
그 결과 항산화 방어(antioxidant defense) 시스템이 과활성화되어, 암세포가 산화 스트레스하에서도 생존할 수 있게 된다.

6. LC-MS/MS 기반 Oncometabolite 정량 분석 전략

암 대사 연구에서 oncometabolite의 정량은 핵심이다.
정확한 프로파일링을 위해 다음과 같은 분석적 고려 사항이 중요하다.

6.1 시료 전처리

  • Quenching: 세포 내 대사 반응을 즉시 정지시키기 위해 cold methanol 또는 acetonitrile 사용
  • Derivatization: 2-HG, fumarate 등 극성이 높은 대사체의 감도를 높이기 위해 dansyl chloride, O-benzylhydroxylamine 등 유도체화 적용
  • Internal standard: stable isotope-labeled (^13C, ^15N) oncometabolite 사용

6.2 분석 조건

  • Chromatography: HILIC 또는 ion-pair reversed phase LC 컬럼 사용
  • MS detection: negative ESI mode, MRM 기반 quantification
  • LOD/LOQ: 2-HG의 경우 10–50 nM 수준까지 검출 가능

6.3 품질 관리

  • matrix effect 최소화를 위해 protein precipitation 후 SPE 정제
  • QC sample을 run 사이마다 삽입하여 drift correction
  • 대사체 안정성(freeze–thaw, storage) validation 필수

7. Oncometabolite profiling과 multi-omics 통합 분석

최근에는 transcriptome–metabolome–epigenome 데이터를 통합하여 oncometabolite의 기능적 영향을 다층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데이터 계층 주요 해석 포인트
Transcriptome IDH, SDH, FH 변이 유전자 발현 프로파일
Metabolome 2-HG, succinate, fumarate 정량 및 대사경로 흐름
Epigenome DNA/histone methylation 변화, 5hmC 수준 감소

특히, α-KG dependent dioxygenase family (TET2, JmjC) 활성이 감소하면, DNA hypermethylation phenotype이 유도되고,
이것이 종양의 면역 회피 또는 differentiation block으로 이어진다는 연구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8. 항암제별 Oncometabolite 응용 사례

 

항암제 타깃 관련 Oncometabolite 임상 활용
Ivosidenib / Enasidenib IDH1/2 2-HG AML, glioma에서 2-HG 농도 감소가 약물 반응 지표로 활용
Belzutifan (HIF-2α inhibitor) HIF pathway Succinate SDH 변이암의 pseudohypoxia 타깃 치료
Bardoxolone methyl NRF2 pathway Fumarate FH 변이암에서 NRF2 과활성 조절 가능성 연구 중

9. Oncometabolite 기반 조기 진단 연구

암 진단 패러다임은 “유전자 중심(genomics-driven)”에서 “대사 중심(metabolomics-driven)”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oncometabolite signature는 다음과 같은 임상적 가치를 지닌다.

  1. 조기 예측 – 유전자 변이보다 먼저 대사체 변화가 나타나므로,
    암 발생 전단계(precancerous lesion)에서 조기 탐지 가능
  2. 예후 평가 – 혈중 fumarate 또는 succinate 농도는 종양 burden과 상관
  3. 비침습성 – 혈청·소변·호기(volatile metabolites) 기반 스크리닝 가능

예를 들어,

  • 혈청 2-HG 농도 ≥ 0.6 μM → IDH 변이 AML 환자 예측 정확도 90% 이상
  • Succinate/fumarate 비율 ≥ 5 → SDH 결핍 paraganglioma 구분 가능

10. 국내외 연구 동향

해외 동향

  • Broad Institute: oncometabolite flux tracing 연구 (stable isotope tracing 기반)
  • Cambridge Cancer Metabolism Centre: IDH mutant glioma의 대사 heterogeneity 분석
  • NIH/NCI: oncometabolite-epigenome 연계 human atlas 구축 중

국내 동향

  • SK바이오팜 등에서는 LC-MS/MS 기반 암 대사체 분석 인프라 구축을 추진 중
  • 국립암센터에서는 oncometabolite 기반 조기 진단 바이오마커 개발 과제를 수행 중
  • KAIST/POSTECH에서는 IDH 변이 대사모델을 활용한 2HG flux 분석 논문 다수 발표

11. 향후 전망 – Oncometabolite는 ‘신세대 진단 코드’

향후 oncometabolite profiling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1. Digital twin 기반 대사 시뮬레이션 – 환자별 대사 흐름 예측
  2. Wearable + metabolomics 연계 – 비침습적 실시간 모니터링
  3. AI-driven pattern recognition – LC-MS/MS 데이터 자동 해석
  4. Multi-omics 기반 druggable target discovery – 대사 조절 인자 발굴

12. 결론

fumarate, succinate, 2-HG 등 oncometabolite는 더 이상 “암 대사의 부산물”이 아니다.
그들은 암의 원인, 진행, 치료 반응을 동시에 설명하는 핵심 대사 신호자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LC-MS/MS 기반의 초고감도 정량 기술은 이들 대사체를 임상 진단 및 치료 모니터링의 실제 도구로 변모시키고 있다.
향후 국내 제약사와 연구기관이 이러한 대사체 기반 플랫폼을 정밀의료와 연계할 수 있다면,
한국의 암 진단 기술력은 한 단계 도약할 것이다.

 

Oncometabolite profiling – fumarate, succinate, 2-HG 등 대사체 기반 암 진단
Oncometabolite profiling – fumarate, succinate, 2-HG 등 대사체 기반 암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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