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 장내 대사체가 면역치료 효과를 결정짓는 숨은 열쇠

서론: 면역항암제 시대의 새로운 질문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s, ICIs)의 등장 이후, 암 치료의 패러다임은 완전히 바뀌었다. PD-1, PD-L1, CTLA-4를 타깃으로 하는 항체 치료제들은 일부 환자에서 기존 항암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장기 생존율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문제는 모든 환자가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일한 암종이라도 어떤 환자는 완전관해(complete remission)를 보이는 반면, 어떤 환자는 전혀 반응하지 않거나 오히려 급격히 진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반응성의 개인차를 설명하기 위해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고, 그 중심에 새롭게 부상한 키워드가 바로 ‘microbiome-derived metabolites’, 즉 장내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대사체들이다.

1. 장내미생물과 면역항암제 반응의 연관성

1-1. 장내미생물 구성의 중요성

2018년 Science에 발표된 두 개의 논문은 면역항암제 반응성을 결정하는 데 장내미생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 Gopalakrishnan et al. (MD Anderson Cancer Center):
    • 멜라노마 환자에서 anti–PD-1 치료 반응군의 장내에는 Faecalibacterium prausnitzii, Ruminococcaceae 계열이 풍부했다.
    • 비반응군(non-responder)은 Bacteroidetes 비율이 높았다.
  • Routy et al. (INSERM, France):
    • 항생제 사용 이력이 있는 환자군에서 PD-1 억제제 반응률이 현저히 낮았다.

이 두 연구는 공통적으로 “장내미생물의 다양성과 구성비가 면역치료 반응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많은 연구들이 미생물 자체뿐 아니라, 그들이 생산하는 대사체가 핵심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점에 주목하게 되었다.

2. Microbiome-derived metabolites의 개념

장내미생물은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과 내인성 대사산물을 변형시켜 수많은 이차 대사체를 생성한다. 이 중에서도 면역체계와 밀접히 연관된 대표적 대사체로는 다음 두 가지가 있다.

  1. Short-chain fatty acids (SCFAs)
    • 대표: acetate, propionate, butyrate
    • 식이섬유 발효 과정에서 생성
    • 면역세포의 에너지 대사, 염증 억제, Treg 유도
  2. Bile acids (1차 및 2차 담즙산)
    • 간에서 합성된 1차 bile acid가 장내미생물에 의해 2차 bile acid로 전환
    • FXR, TGR5 등 담즙산 수용체를 통해 면역세포 활성 및 염증 신호 조절

이러한 대사체들은 단순히 장내에 머무르지 않고, 혈류를 통해 전신으로 순환하며 간, 폐, 종양 미세환경까지 영향을 미친다.

3. SCFAs와 면역항암제 반응

3-1. SCFAs의 면역대사적 역할

SCFA 중 butyrate는 특히 중요하다.

  • Treg 분화를 촉진하여 면역 균형 유지
  • 히스톤 탈아세틸화효소(HDAC) 억제를 통해 epigenetic 리프로그래밍 유도
  • Effector T cell의 에너지 대사를 glycolysis → OXPHOS로 전환시켜 지속적 활성 유지

즉, SCFA는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니라 T cell의 대사적 체질을 바꾸는 신호 분자로 작용한다.

3-2. 임상적 근거

  • Coutzac et al., 2019 (Gut):
    • PD-1 억제제를 투여받은 환자에서 혈중 butyrate 농도가 높을수록 치료 반응률이 향상되었다.
  • Nomura et al., 2020 (Nature Communications):
    • SCFA 농도가 높은 환자에서 장내 미생물 다양성도 높았으며, 면역세포의 cytotoxic gene 발현이 증가했다.

3-3. 항암제별 사례

 

항암제 암종 암종 SCFA 관련 반응성
Nivolumab (PD-1 억제제) Melanoma responder군에서 butyrate-producing bacteria 풍부
Pembrolizumab NSCLC propionate 농도가 높은 환자에서 PFS 증가
Ipilimumab (CTLA-4 억제제) RCC SCFA 증가와 gut barrier 기능 회복 연관

4. Bile acids와 면역 조절

4-1. 2차 담즙산의 면역 신호

2차 bile acid인 deoxycholic acid (DCA), lithocholic acid (LCA)는 TGR5 receptor를 활성화시켜 대식세포의 염증 반응을 억제한다.
반면, tauro-β-muricholic acid (TβMCA)는 FXR 수용체의 길항제로 작용하여 T cell differentiation을 조절한다.

즉, bile acid는 면역세포의 수용체를 직접 자극하거나 억제함으로써 종양 미세환경의 염증 상태를 결정한다.

4-2. 면역항암제와 bile acid의 상관성

  • Sinha et al., Cell Metabolism, 2021:
    • anti-PD-1 치료 후 반응군에서 secondary bile acid (DCA, LCA) 농도 상승
    • 비반응군에서는 conjugated bile acid 증가 → 간 대사 스트레스 및 면역 억제
  • Jia et al., Cancer Immunol Res, 2022:
    • 담즙산 대사 경로가 교란된 환자는 PD-L1 억제제 반응이 저조

결국 bile acid 프로파일은 면역항암제의 대사적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5. LC-MS/MS 기반 대사체 분석 전략

5-1. SCFA 정량 분석

  • Sample type: plasma, feces, tumor tissue
  • Derivatization: 3-NPH(3-nitrophenylhydrazine) 전처리로 감도 향상
  • Quantification: negative ESI mode, MRM transition 활용

5-2. Bile acid profiling

  • Chromatography: C18 column, gradient elution (water/acetonitrile + 0.1% FA)
  • Detection: MRM pair 설정으로 20종 이상의 bile acid 동시 정량 가능

5-3. Multi-omics 통합

  • LC-MS/MS 대사체 데이터 + TCR-seq, RNA-seq 연계
  • ML 기반 correlation mapping (e.g., SCFA 농도 ↔ IFN-γ 발현 수준)

이러한 multi-omics 통합 분석은 단순한 상관성 이상의 기전적 연결고리를 규명하는 데 필수적이다.

6. 국내외 제약사 연구 및 산업적 적용


기업 주요 연구 내용 특징
Bristol Myers Squibb (BMS) PD-1 반응성 예측을 위한 gut microbiome biomarker 연구 LC-MS/MS 기반 bile acid signature 구축
Merck (MSD) Pembrolizumab + probiotic 병용 임상 SCFA 농도 기반 환자 선별 알고리즘 개발
JW중외제약 FXR agonist + PD-1 병용요법 탐색 bile acid receptor 신호를 통한 면역조절 강화

이처럼 제약사들은 면역항암제 자체의 기전을 넘어서, 장내 대사체를 조절하는 ‘간접적 치료 전략’으로 접근을 확장하고 있다.

7. 치료 전략적 응용

  1. Probiotic / Prebiotic 보조요법
    • SCFA 생성 균(Faecalibacterium, Roseburia) 증진
    • 항암제 반응률 향상
  2. Bile acid modulator 병용
    • FXR agonist 또는 TGR5 ligand를 통한 면역대사 리프로그래밍
    • PD-1 저항성 극복 가능성
  3. Microbiome-metabolite 기반 companion diagnostics
    • 환자별 SCFA·bile acid 패턴으로 ICI 반응 예측

8. 향후 전망: Multi-omics + AI 기반 예측 모델

앞으로의 연구는 대사체-유전체-면역체계 간의 복합적 상호작용을 정량적으로 모델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AI 기반 데이터 통합을 통해 각 환자의 “면역대사 프로필”을 분석하고, 치료 반응성 예측 및 맞춤형 병용전략 제안이 가능해질 것이다.

국내에서도 LC-MS/MS 기반 microbiome metabolomics 데이터를 임상 EMR과 연동해 AI-driven ICI response predictor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결론

장내미생물은 단순한 공생체가 아니라, 면역항암제 반응성을 결정하는 대사적 중개자다.
특히 SCFA와 bile acid는 면역세포의 대사 프로그램과 염증 신호를 재편성하며, 이로 인해 종양 미세환경의 면역활성도가 달라진다.

결국, 면역항암제의 진정한 “정밀의료”는 단일 유전자 바이오마커가 아니라, 미생물–대사체–면역 네트워크 전체를 통합적으로 해석하는 접근을 통해 완성될 것이다.
향후 LC-MS/MS 기반 microbiome metabolomics는 이러한 다층적 데이터를 현실의 임상 의사결정으로 연결시키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Microbiome-derived metabolites (SCFAs, bile acids)와 면역항암제 반응성
Microbiome-derived metabolites (SCFAs, bile acids)와 면역항암제 반응성

728x90